폴 해기스의 2006년작 'Crash'는 최근 본 영화 중 최고입니다. 이 영화가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획득한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어떤 이유로든 간에 주목을 충분히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영화이고 메시지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그것보다 훨씬 성찰적이고 강렬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퍼뜩 떠오른건 '매그놀리아'와 같은 캐릭터들의 순환고리였습니다. 그러나 크래쉬는 거기에서 한걸음 더 진보합니다. 어떤 면일까요. 단순한 순환고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는 또한 다릅니다. 그들 모두가 다른 인종들,다른 계급들입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그러나 짧은 인생의 한 순간에 같은 공간을 이고 사는 그들 모든 다른 인종들,계급들은 얼마나 서로와 교통하는걸까요. 그들 모두는 자신들도 모른는 채 서로와 서로에게 가해를 가합니다. 그리고 또 자신들도 모르는채 서로가 서로를 구원합니다.
영화속에서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의 발전적이고 해부적인 순환관계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오랜만에 많이 감동스러웠고 감탄했습니다. 내내 순환되는 인생의 고리를 차분히 관조하는 카메라는 영화가 끝난 시점에서는 하늘로 치솟아서 부감으로 그들이 교차하는 거리를 보여줍니다.
단면으로 보여줬던 이들의 일상은 누구나의 일상이고 한 부분인 것입니다.바로 우리의 일상입니다누구도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해를 끼치고 또 구원을 받는지 인식하지 못합니다만 폴 해기스는 감정을 잡을 줄 압니다.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 음악의 활용도와 유연한 카메라는 충분히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같이 작업을 해 온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처럼 너무 절제하지도 않습니다. 감상적인 면을 충분히 이입시킵니다. 지나치게 이성적인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단점을 아는것일까요.
특히 멕시코계 미국인인 다니엘이 주변에서 간혹 들려오는 총성을 두려워하는 딸을 위해 보이지 않는 망토라며 아이에게 걸쳐주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고 따뜻한 디테일이었습니다.
사건이,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멈춰버리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또한 캐릭터들이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해가기 보다는 수동적이며 운명에 기대는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상당히 흡족한 수준입니다.
그후에도 ,영화속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각자에게 그 일들이 영향을 끼치고 변화를 만들어내지만 그들은 또 살아갑니다.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것처럼.상처를 입고 입히면서.
최근 본 영화중 가장 좋은 영화였고 이런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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